서론
뮤지컬 <캬바레(Cabaret)>는 1966년에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존 칸더(John Kander) 작곡, 프레드 앱(Fred Ebb) 작사, 조 마스터로프(Joe Masteroff)의 대본으로 이루어졌다. 이 뮤지컬은 1930년대 베를린을 배경으로 나치가 점점 힘을 얻어가는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캬바레>는 주인공인 영국 작가 클리포드 브래드쇼(Clifford Bradshaw)와 베를린의 캬바레에서 공연하는 가수 샐리 보울스(Sally Bowles)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두 사람의 로맨스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얽히면서 그들의 도피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품은 클리포드 브래드쇼가 베를린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클리포드는 글의 영감을 얻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하였고 그곳에서 캬바레를 운영하는 엠씨(Emcee)와 샐리 보울스를 만나게 된다. 캬바레는 당시 사회의 혼란과 퇴폐적인 문화를 상징하며 캬바레의 이면에는 독일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있다. <캬바레>는 관객들에게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불안을 전달하면서도 화려한 무대와 강렬한 음악을 보여주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시대적 배경
뮤지컬 <캬바레>는 1929년 말에서 1930년 초반,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인 불안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있었으며 경제 공황과 실업률 상승은 극단적인 정치 세력인 나치당의 부상을 초래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캬바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베를린의 캬바레 클럽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사람들의 도피처가 된다. 클럽은 당시 독일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인물들이 모이는 장소로 그들은 캬바레에서 흥청망청 술에 취해 현실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곳에서 즐겁게 놀고 마시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과 절망이 깔려 있다. 작품의 대표곡 중 하나인 "Willkommen"은 클럽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환영하는 노래로 화려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깔려있지만, 이것은 겉으로만 드러난 모습일 뿐 그 이면에는 당시 독일 사회의 불안함과 혼란이 드리워져 있다.
사회적 소수자
<캬바레> 속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엠씨는 성소수자이며 클럽의 사회자 MC로 당시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이들을 상징한다. 엠씨가 부르는 "I Am What I Am"은 그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는 노래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을 보여준다. 이 곡은 성수소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곡이다.
주인공인 클리프와 샐리가 살고 있는 하숙집 주인인 독일 여성 슈나이더(Schneider)와 유대인 노인 슐츠(Shultz)의 이야기에서는 당시 독일 사회에서 유대인이 겪었던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사랑이 실패로 끝나는 것은 나치당의 등장과 유대인을 사회적으로 배척하려는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러한 사회적 소외는 "If You Could See Her"이라는 곡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노래에서 엠씨는 아름다운 고릴라 인형과 춤을 추며 이들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지 노래한다. 이는 유대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으로 당시 유대인이 겪었던 차별을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킷 캣 클럽(Kit Kat Klub)
뮤지컬 <캬바레>의 배경인 킷캣클럽은 작품 내에서 배경뿐만이 아니라 극에서 중요한 상징적 공간이다. 이 클럽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사람들의 공간이자 그들이 닥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장소이다. 샐리 보울스는 클럽에서의 인기로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가 부르는 "Cabaret"를 통해 그녀의 삶이 결코 장밋빛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노래는 밝고 경쾌하지만 그 가사 속에는 샐리가 처한 현실과 그녀의 마음속 갈등이 담겨 있다. "Cabaret"는 그녀의 인생철학을 보여주는 노래로 "삶은 캬바레"라는 가사로 현실의 고통과 불안을 외면하려는 그녀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노래의 밝은 멜로디와 대조적으로 그녀의 삶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클럽의 화려한 조명과 음악 뒤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은 바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비극적인 메시지이다.
결론
뮤지컬 <캬바레>는 오락물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복잡한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존 칸더와 프레드 앱의 음악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캬바레 클럽은 이들의 도피처이자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그 안에 인물들을 통해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보여준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나치당의 등장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픈 과거로 남아있다.
<캬바레>는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서도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 준다.